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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ESG : 발전 과정과 차이

 

CSR의 기원과 발전: 기업의 도덕적 책임에서 시작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20세기 초반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개념으로, 기업이 단순히 이윤 추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했다. 1920~1930년대 미국에서는 종교 단체와 시민 단체들이 윤리적인 투자 원칙을 강조하며, 도박·주류·담배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책임을 강조했다. 1950년대 이후 CSR 개념은 본격적으로 학문적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하워드 R. 보웬(Howard R. Bowen)은 그의 저서 *"Social Responsibilities of the Businessman"(1953)*에서 기업이 경제적, 법적 책임을 넘어 윤리적·자선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1970년대에는 CSR의 개념이 더욱 구체화되었으며,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등 경영학자들은 기업이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80~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CSR은 기업의 핵심 전략 요소로 자리 잡았다. 기업들은 지역사회 지원, 환경 보호 활동, 윤리적 노동 관행 등을 CSR 활동으로 수행했으며, 일부 대기업들은 별도의 CSR 부서를 신설하여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CSR은 여전히 기업의 ‘선택적’이고 ‘자발적인’ 활동이라는 성격이 강했으며, 명확한 평가 기준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 ESG의 등장: 지속가능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2000년대 이후 CSR을 대체할 새로운 지속가능경영 패러다임으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가 등장했다. ESG 개념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계기는 2004년 유엔(UN)의 보고서 *"Who Cares Wins"*였다. 이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투자자들이 기업의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SG의 가장 큰 특징은 명확한 평가 기준과 지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CSR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중심으로 했다면, ESG는 기업이 환경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고, 사회적 책임을 경영의 핵심 요소로 삼으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도록 요구한다. 특히, ESG는 단순히 ‘도덕적 책임’이 아니라 ‘재무적 가치’와 직결된 개념으로, 기업이 ESG 요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또한 2006년 유엔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이 발표되면서, ESG는 단순한 경영 철학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장의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블랙록(BlackRock), 뱅가드(Vanguard)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ESG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며, 지속가능한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앞장섰다.


🌱 CSR과 ESG의 차이: 기업 경영에서의 역할 변화

CSR과 ESG는 모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지만, 접근 방식과 실행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CSR은 대체로 기업의 이미지 개선과 브랜드 가치 향상에 초점을 맞추며, 기부 활동, 봉사 활동 등 사회공헌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기업들은 CSR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고 강조하지만, 이는 필수 요소가 아닌 선택적 요소로 간주되었다. 반면, ESG는 기업 경영의 핵심 전략으로 작용한다. ESG는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를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삼으며, 재무적 성과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기업이 ESG 경영을 소홀히 하면 투자자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ESG는 CSR과 달리 정부 규제 및 국제적 기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럽연합(EU)은 2018년 지속가능 금융 공시 규제(SFDR)를 도입하여 기업들이 ESG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더 이상 ESG를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접근할 수 없으며, 이를 경영 전략의 필수 요소로 삼아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 ESG의 확산: 미래 지속가능경영의 필수 요소

2020년대 들어 ESG는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특히 기후 변화, 노동 인권,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 등의 이슈가 중요해지면서 ESG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변화했다. 밀레니얼 및 Z세대 소비자들은 ESG 성과가 뛰어난 기업을 선호하며, 윤리적 소비를 중요하게 여긴다. 기업이 ESG 경영을 소홀히 하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ESG는 투자자들의 주요 평가 기준이 되었다. 글로벌 연기금과 대형 투자 기관들은 ESG 기준을 반영한 투자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ESG 성과가 낮은 기업은 점점 더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ESG를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CSR이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공헌 활동에서 출발했다면, ESG는 글로벌 금융 시장과 투자자들의 요구에 의해 발전한 개념이다. 앞으로 ESG는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며, 기업들은 ESG 경영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